예술이 사람의 마음을 치료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작가는 살아 있는 자 뿐만 아니라 죽은 자들의 한 까지도 풀어낼 수 있는 작품을 이상으로 두고 작업해야 한다고 믿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 관계, 생각, 감정, 꿈, 기타 수많은 것들이 - 살고 죽는 과정 속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무언가를 가슴 속에 적당히 뭉쳐둔 채로 살아 가는데 그런 것들이 너무 많이 쌓이면 병이 되고, 풀어 내지 못하고 오래 두면 한이 된다. 어떤 경우에는 죽은 자의 한을 산 자가 물려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의사들에게는 눈에 보이지 않는 병을 치료하는 능력이 없다.
그래서 예술은 어느 시대에나 그 가치를 무한히 평가 받는다.
예술가는 인간 감정의 본질을 이해하고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정신능력을 이미 다듬어 살아왔어야 한다. 그리고 그어진 경계를 꿰뚫어 볼 심미안을 가지고 있다면 언제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 바른 마음과 독창적인 생각은 피사체를 마음껏 들여다볼 수 있는 자격을 준다. 작가는 그제서야 시간을 멈추고 렌즈를 통해 공간을 왜곡하며 요사스러운 재주로 살아 있는 것은 죽은 것처럼, 죽은 것은 살아 있는 것처럼 사진을 찍는다. 피사체의 내면을 전부 끄집어 내어 프레임 위로 펼쳐놓아도 작품 속에서는 모든 것이 허용된다. 완성된 사진은 임상이 끝난 의약품과 같다.
나는 사람들의 내면을 치료하기 위해 왔다.
인간의 감정은 너무나 섬세해서 가끔은 스스로를 잠시 들여다보는 것 만으로도 조금은 나아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순간 작가는 심리분석가의 지위를 얻었다가 또 언제든 그것을 버리고 무당이 되서 굿을 하기도 한다. 앞서 말한 것들을 이해하는 누구라도 작가가 될 수 있고, 누구라도 되어야만 한다. 진심을 다해서 우리의 마음을 치료하기 위하여